12월 11일 씨엔블루 콘서트 – 한없이 배고픈 네명의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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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 콘서트를 ‘마침내’ 봤습니다. 요즘엔 공연이나 이벤트를 좀처럼 못 다니는지라, 이들의 ‘생 무대’를 눈으로 본 건 처음이 되었네요. TV로도 보고, 실황도 접해서, 막연히 이럴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 그리고 그 생각이 바뀔 거라고는 그다지 예상안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제 생각과는 꽤 다른 콘서트였습니다.

공연 전에 감상 포인트로 잡은 건, 지난 글에서 잠시 다루었듯 정용화의 보컬이었고, 팀 전체는 제대로 형상이 잡히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 공연장에서 만난 건, 정용화의 보컬 이전에 하나의 팀이었습니다. 이 팀이 가진 힘, 거칠고 충돌하고 과잉되고 그래서 엉망진창인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아름다운 엉망진창’을 만난 겁니다(이런 표현을 쓸 때, 늘 덧붙이는 사족입니다만 진짜 엉망진창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 엔트로피가 엄청난 순간들에 제가 종종 쓰는 수식어입니다)

보컬이며 연주며 곡을 떠나서 말이에요. 거기엔 한없이 굶주린 네명의 청년이 있더군요. 무엇에? 모르죠. 그렇지만 분명 그건 음악과 관련된 거죠. 네명의 몸 안에 에너지가 들끓고 있고, 그 에너지들이 강렬하게 표출되기를 바라고 바라고 한없이 바라는 겁니다. 때론 그 허기가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 느껴져, 그걸 넋놓고 구경했습니다. 제가 그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객석에 앉아있든, 무대에 서있든 나눌 수 있는 그 느낌 말이에요. 서로가 절실해지지 않으면 나누기 힘들지만, 나누게 되면 정말 근사한 그 느낌 말입니다.그게 ‘락’이죠.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고 샤우팅을 한다해서 락이 아니라, 그런 본질적인 에너지가 있어야만 진짜 락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그 강렬한 에너지가 아직 정리되어 보이지는 않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걸 정리할 수 없는 나이니까요. 그 나이의 뮤지션들이 그런 에너지를 정리해서 보여주면 정말 재미없죠.

‘과잉’을 거쳐보지 않는 절제가, ‘충돌’을 거쳐보지 않은 조화가 무슨 가치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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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막 보고온지라, 감상들이 뒤엉켰네요. 그냥 편하게 얘기할까요?

*우선, 드럼.

아, 강민혁의 드럼은 정말 좋던데요? 제가 그룹의 연주를 특별히 세세하게 듣는 축의 감상자가 아닌데도, 중반부를 지나면서, 그의 드러밍이 가지는 힘이 절로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드러밍은 적절할 경우엔, 보통 안 들리게 되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단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엔 정말 거슬리는 요소죠. 가장 넓게 본질적으로 편재하는 소리니까요. 그런데 음악을 듣다가 어떤 부분이 ‘너무 편해서’ – 이 좌충우돌 아수라장의 공연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어디서 왔나 생각해봤더니, 드럼이더라고요. 아직 대단히 테크니컬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노래의 흐름을 잡아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특히 이들의 곡들은, 일종의 퓨젼적 성격이 강한 노래가 많습니다. 그래서 박자가 단순하지가 않아요. 그런데 이걸 정말이지 유연하게 조율하고, 리드해내더라고요. 드러밍의 강약을 조율하는 솜씨나, 절정부에서 파워풀하게 쳐주는 솜씨도 좋지만, 중간에 장식 리듬을 넣어줄 때에도 노래와 절대로 어긋나지 않고 절묘하게 흐름을 맞춰들어가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드러밍에서 느껴지는 그루브감도 좋아요. 이건 본인이 노래를 속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 또 본인이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겁니다. 그 흐름이 그의 모습을 봐도 느껴지지 않나요? 거기다 드러밍 편곡도 재치있고 신선한 부분들이 많아서 – 전 정말이지 드럼 파트를 재미나게 들었습니다. 드럼을 듣자고 마음먹으면, 정말이지 곡의 전체를 듣게 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네요. 가장 먼저 시작하고 가장 나중에 끝나니까요.

*정용화의 보컬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세상 사람들에게, ‘여보시오, 여기 미친 자가 있소이다!’하고 외치면 될까요? 사람들이 이런 얘길 들으면, 일종의 미학적 수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늘 공연을 보신 분들은, 이게 ‘사실적 묘사’라는 걸 알겁니다. 그는 정말 미친 사람 같던데요. 2011년 12월 씨엔블루의 공연을 ‘과잉의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주에너지원은 바로 정용화였죠. 온 몸 안에서 음악이 들끓고, 그걸 미친듯이 표출해내더라고요. 공연장을 온통 뛰어다니는 건, 그의 몸 뿐만 아니라, 공간을 박차고 날아올라 포효하는 그의 마음이기도 했던 겁니다. 어느 순간엔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그걸 구경하고 있었네요.

그리고 전 그런 것도 굉장히 좋아하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건,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공연을 보러갔는데 공연자가 완전히 제정신일 때입니다. 그럴 때에는, 내가 이 공연을 왜 보러왔나 싶습니다. 그렇긴 한데, 이렇게까지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 공연자는 정말이지 꽤 오랜만에 보네요. 흐.

저라도 ‘이성’을 부여잡고 테크니컬한 얘기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그의 보컬은, 제가 이전에 리뷰를 썼을 때보다 두단계쯤 더 파워풀해져 버렸습니다. 이건 그저 ‘강도’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그렇게 되는 ‘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생겼죠. 바로 일본 메이저 데뷔곡 In My Head입니다.

케이팝의 2011년은, 정용화가 In My Head를 작곡한 해로도 기억되어야 합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케이팝 세대의 작품군에서, 가장 파워풀한 락넘버가 탄생한 거죠. 그래서 이 곡은 그 자체만으로 할 얘기가 무척 많은데 그건 좀 뒤로 미루겠습니다.

어쨌든, 여타의 자작곡들을 통해서, 그리고 이 곡으로 절정부의 방점을 찍으면서, 정용화는 파워풀한 보컬을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겨놓지 않고, 그냥 해버립니다. In My Head의 데쓰메탈급 인트로는 10일 공연에서도 나왔다던데, 11일 공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밸런스는 10일이 더 좋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11일에선 그야말로 ‘과잉된 에너지의 폭발’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전 젊은 보컬리스트들의 ‘과잉’은 언제나 좋아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실컷 절제할 수 있으니까 이십대에는 폭발하고 싶다면, 실컷 폭발하는 것 좋습니다.

그런데 정용화는 단순히 ‘광기’와 ‘폭발’에서만 그치는 보컬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총합적인 음악의 장악력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무대 장악력이죠. 음악과 연출, 공연 전체를 망라해서 틀을 만들고 톤을 결정하고 흐름을 이끌고 장력을 형성하는 – 그런 무시무시한 역할을 해내더라고요. ‘저 사람, 진짜로 이 그룹의 리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무서운 역할을, 노래+연주를 하면서, 거기다 ‘육상 경기’까지 치루면서 해내는 겁니다(그가 무대와 객석을 트랙삼아 수없이 달렸거든요).

‘미쳤다’ 소리가 나오는 진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인 겁니다. 도무지 23살 뮤지션이 하나의 공연에서 해내는 역할이라고는 믿을 수 조차 없는 엄청난 역할을 해내면서, 훌륭한 결과물을 이끌어냅니다.

아이고,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네요.
오랜만에 공연 관람기를 좀 끊어서 써보겠습니다.
계속 이을게요.

[펌 허용/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그렇긴 해도 뒤로 넘기지 말아야할 이야기들 몇개.

기타 좋던데요. 정용화가 간간히 보여준 기타도 좋았지만, 이종현의 기타가 보여주는 힘과 안정성, 아름다운 리프들도 정말 좋더군요. 기타 리프란 건, 특히 락 장르에서 의외로 타성에 젖기가 쉽죠. 멜로디 라인이나 곡의 흐름과 상관없이 징징거리다 마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만 – 이번 공연에선 기타 연주가 곡의 흐름과 이어지면서 정말이지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숱하게 쏟아집니다. 그게 레코딩 버전부터 그랬던 건지(그건 아니겠죠?) 이번 라이브 편곡인지 모르겠는데, 정말 좋더군요. 전 이종현이 들려주는 ‘또 다른 보컬’쪽을 더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씨엔블루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겁니다. 정용화의 보컬이 끝나고 나서, 이종현의 기타가 이어지고, 거기에 드럼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후주들’ 정말 잘 들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제가 씨엔블루의 공연을 보러간다면, 이 젊은 에너지 가득한 아름다운 연주들을 듣기 위해서도 가는 겁니다.

*이렇듯 드럼과 기타가 단단하게 제 역할을 해주니, 때론 곡들이 무덤덤한 경우에조차도, 공연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전 씨엔블루의 레퍼토리 중에서는, 이들의 자작곡들쪽만 좋아하는지라 – 공연도 ‘반만 즐길 것’을 각오하고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들었습니다.

*셋리스트는 23곡. 맞죠? 엄청난 분량이 정용화와 이종현의 자작곡입니다. 이건 정말이지 기립박수를 쳐줘야합니다. 더 중요한 것. ‘자작곡들’ 쪽이 훨씬 좋습니다. 자작곡들에 ‘씨엔블루와 네 멤버들’의 고유한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깁니다. 한국 활동곡들이 대부분 외부 작곡가곡들이고, 제가 원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곡들인데 – 이 또한 공연장에서는 씨엔블루가 다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서, 청중들에게 ‘먹여’ 줍니다. 덕분에 냠냠 맛있게 먹는 기분으로 잘 들었습니다.

곡을 좀 더 해달라고 불평하고 싶지만, 사실 공연이 모자라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충분히 배는 불렀습니다. 그런데 ‘흐름상’ 두어부분은 조금 아쉽더라고요. 가령 첫부분에, ‘새로운 것 두어곡’이 들어가주면 참 좋을 것 같고, Just Please로 시작하는 ‘광란 타임’의 전후에, 중간적인 성격의 순서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더군요. 가령 멤버들 모두가 나와서 어쿠스틱하게 연주와 노래를 하는 느낌의 무대도 좋을테고요. 엔딩에선 Rain Of Blessing이나 Y,Why같은 장대한 흐름의 곡이 하나쯤 더 들어가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 이 모두는, 어떻게든 더 많은 연주를 감상해보고싶다는 저의 음험한 욕심에서 나온 바람일 겁니다. ^ ^

정용화가 리드보컬로 계속 노래를 하긴 하지만, 그도 이종현처럼 ‘솔로적인 느낌’의 무대를 한번쯤 가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중복의 위험이 있긴 하죠. 이종현은 반대로 ‘솔로 성격의 무대’들을 한군데로 모아서, 좀 더 집중력있게 자기 무대로 꾸미면 더 좋겠던데요. 그러면 안 그래도 바쁜 그가 더 힘들어지려나요. 그나저나 이 두 사람의 보컬 이야기는 씨엔블루 음악에서 아주 재미난 테마일텐데, 그건 기회가 되면 따로 하겠습니다.

*음향 괜찮았습니다. 가요 콘서트는 ‘안 찢어지면 다행’인 형편인데, 소리가 하나도 안 찢어지고 연주 파트별로 제대로 다 들리더군요. 그정도면 일급이에요.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력’으로만 무대를 진행해가는 팀이니만큼, 좀 더 섬세한 톤의 음질도 구현해주면 좋겠습니다. 듣는 우리도 욕심이 나니, 공연팀들도 더 욕심내주길.

*곡에 따른 무대 배경도 아주 좋았습니다.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음악을 품어안아주더라고요. 소위 ‘아이돌’이라는 구분에 들어가게 되면, 제작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응?’하는 소리가 나오는, 음악과 유리되는 별스러운 컨셉들도 등장하곤 하는데, 그런 경우가 전혀 없었어요. ‘하지 않아야할 일’을 하지 않아줘서 정말 좋았습니다. 오로지 ‘씨엔블루 음악’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줬어요.

*무대 동영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굉장히 당연한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쩐지 도무지 잘 안되는 일중의 하나가, 동영상이 음악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기타가 나올 땐 기타리스트를 잡아주고, 드러밍이 강조될 땐 드러머를 보여줍니다. 그 흐름을 알고 치밀하게 따라가줘서 공연 보기가 아주 편했습니다. 계속 그렇게 해주길.

*게스트 공연자가 없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들이 뿜어내는 유니크한 에너지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전반적으로 주인공의 음악 이외의 것은 아무 것도 없는 – 예상치 못한 아주 순수한 형태의 본격 밴드 라이브 공연이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청중들. 아이돌의 범주에도 들어가는 팀의 공연답게 ‘꽤 시끄럽다’고 전해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 공연에서는 전혀 못 느꼈습니다. 적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열정적인 분위기. ‘함께 노래를 듣고 있다’라는 기분을 느끼면서(때로는 ‘함께 넋을 잃은 기분’을 느끼면서) 아주 편하게 봤습니다. 제가 좀 외곽에 앉은 덕분에 그랬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정말 근사한 공연이었다는 얘길, 제가 앞에 했나요? 안 했군요. 아. 정말 근사한 공연이었습니다. 만약 앞으로 누군가 제게, ‘난 씨엔블루의 팬은 아니야’라고 얘길 한다면, 전 아마 속으로 ‘그건 너가 아직 그들의 공연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겁니다.

‘성장기’를 보러갔는데, 제가 목격한 건, 정말 놀랍게도 이미 궤도에 오른 하나의 락그룹이었습니다. 멤버들이 품고있는 가능성이 묵직해서 앞으로도 놀라운 성장과 변화를 계속 이뤄낼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이미 이 팀은 케이팝의 역사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하나의 자리를 차지한 듯 보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하겠습니다.

출처: 피파니아닷컴 (http://www.piffania.com/zboard/zboard.php?id=blue&no=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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