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KBS 해피투게더: 정용화의 ‘고해’ – 등잔 밑 섬광탄

2011-09-13 ,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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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가 살짝 ‘개점 휴업’중이라(자주 그럽니다만), 이런 이야기를 할 계제인가 싶은데 그냥 합니다. ‘어찌합니까?’ – 심상찮은 재능이 나타나면 보고서에 기록을 해놓아야죠.

전 정용화를 알고 있었습니다. ‘미남이시네요’를 두어회 보기도 했습니다. 장근석과 박신혜를 주로 봤죠. 전 굉장히 ‘게으른 시청자’라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들을 주로 볼 뿐, 조연은, 특히 로맨스물에서 남주인공과 라이벌 관계를 이루는 캐릭터는 눈여겨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용화를 딱히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나온 ‘우리 결혼했어요’도 두어번 본 듯 합니다. 소녀시대의 서현 때문에 본 것 같습니다만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땐 정용화도 엄청나게 인기있었지요? 제 주변에선 모두가 좋아하던데요. 그땐, 그가 밴드활동을 시작한 상태였죠. ‘우결’에서 노래도 조금 부르는 것 같던데 – 역시 기억이 안 납니다. 음악방송에 나온 모습도 아주 잠깐 봤지만, 역시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주 희미하게, ‘어?’하는 느낌을 가졌던 것도 같은데, 금방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런 얘기를 계속 늘어놓는 이유는, 이렇게 이 사람을 공중파 미디어로 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 사람의 면모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좀 이례적이라서요. 저 스스로도 신기해하는 겁니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죠. 하지만 제겐 큰 잘못이 없어요. 지금 씨엔블루가 보여주는 이미지, 아니 컨텐츠 – 정확하게 말하자면 ‘음악’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공중파 미디어와 공연장에서 너무 다르잖아요. 이건 마치 같은 그룹이 맞는가, 혹은 같은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거대한 갭이 있는거죠. 그러니까 제가 겪은 놀라움은, 꼭 저만의 것은 아닐 겁니다.

제가 비로소 ‘들은’ 그의 노래는 – 제목에 쓴 ‘고해’가 아니라, 지난 4월에 발매된 이 팀의 2011 일본 제프투어 DVD (CNBLUE Zepp Tour 2011~RE-MAINTENECE~@ZEPP TOKYO)에 수록된, ‘Just Please’를 비롯한 몇몇 자작곡들입니다. 특히 Just Please의 도입부 한 소절을 듣고는, 순간적으로 멍해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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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우선, 노래를 너무 잘 하네요. 이건 그냥 좀 잘 하는 정도의 보컬이 아닙니다. 이건 케이팝의 보컬리스트 역사에, 머지않아 자신의 인장을 뚜렷이 찍어야할 만큼 특이하고 새롭고, 그러면서도 이미 많은 것을 다 갖추고 있는 보컬이에요. 아니, 이런 표현들도 죄다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음악이 대놓고 ‘락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케이팝씬에선, 이전에 보지 못한 – 즉, 가요보다는 팝의 문법을 자기 것으로 수용한 신세대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돌’의 형태로요. 음악적으로 대부분 R&B, 힙합, 댄스, 그리고 팝을 베이스로 한 보컬그룹의 형태였습니다. 장르적으로는 이것저것 섞여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신혜성, 시아준수, 영웅재중처럼 이 ‘섞여진 모든 음악’을 다 잘 해내는 빼어난 보컬리스트들도 등장했고요.

전, 이 젊은 케이팝 뮤지션 군단들이 –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장르 뮤지션의 형태로 무르익어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꼭 반드시, R&B나, 힙합이나, 특정 음악 장르를 표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유행에 따라 좌우되는 형태의 ‘유행 음악 뮤지션’이 아니라, 자신이 심도깊게 추구하는 분명한 흐름과 노선이 있는 뮤지션이 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팝씬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그런데 고맙게도 우리가 관심있게 지켜보았던 뮤지션들의 의미있는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정용화로 돌아와서 – 그런데 이 사람은 말이에요. 초장부터 아예 자기 장르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이제껏 소위 아이돌 그룹의 씬에서는 못 보던 장르를요. 가령 지드래곤이 자기 장르(힙합)를 분명 가진 인물이지만, 그 장르 자체는 상당히 활발히 시도되고 탐구되는 영역이니 덜 낯섭니다. 그런데 이건 락입니다. ‘케이팝’으로서의 ‘락’인 거죠.

이건 씨엔블루가 ‘락밴드’를 표방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들이, 기획사가 표방하는 음악을 하고 있진 않으니까요. 그게 그냥 기획사가 선전하는 문구 속에 있을 때에는, 그냥 ‘선전문구’일 뿐입니다.

그런데 제프투어 실황 버전 Just Please에서 그가 들려주는 락 보컬은, 완전히 제대로 된 락보컬입니다. 이건 너무 ‘제대로’라서 딱히 뺄 말도, 덧붙일 말도 없네요. 그렇다고 그냥 제대로 된 정도에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대단히 매력적이고 파워풀하며 능숙(!)합니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금속성의 질감을 한축에 지닌 락보이스를 기반으로, 도입부부터 절정부로 이어지는 파워의 정격 단계를 극적으로 상향시키는 힘을 갖춘 정말 좋은 락보컬이에요. 거기다 현대적인 감성도 가지고 있을뿐 아니라, 그외 실황들까지 슬쩍 들어보니 자신의 느낌을 순간적으로 표출해내는 박력도 아주 좋더라고요.

특히 자신의 음악적 문법을 ‘팝’에 두는 케이팝 세대 답게, 이 사람 또한 자신의 문법을 우리나라 락이 아닌, 미국 락에 두고 있습니다. 세대로 보자면 당연한 일인데, 전 이게 너무 신기합니다.

유튜브 댓글에서, 이 사람의 보컬을 듣고 써드아이블라인드(Third Eye Blind)와 매치박스트웬티(Matchbox Twenty)를 떠올렸다는 글을 봤습니다. 매치박스트웬티의 롭 토마스는 저도 아주 좋아했던 보컬리스트죠. 그런데 실제로 정용화는, Just Please의 어느 부분에서, 롭 토마스가 쓰는 ‘소리 전개 구조’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노래합니다. ‘이 부분의 소리는 마치 롭 토마스 같은데…’라고 생각했더니, 유튜브 댓글에 딱 그 내용이 올라와 있더군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어느 부분에선, 커트 코베인(너바나) 당시의 시애틀 그런지(Grunge:얼터너티브락의 한 계열) 느낌을 내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라면, 시대적으로 더 최근인 포스트 그런지보다는, 80년대 후반 그런지 풍의 음색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좀 더 고전적이고 직선적인 음색인 거죠. 개인적으로 시애틀 그런지는, 락음악이 정말 락음악같았던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그의 소리가 그냥 대놓고 다짜고짜 반갑습니다. 이런 보컬은, 미국인이 부르고 있었더라도 반가워했을 거에요(정말이지 그러면 더 반가워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그는 ‘락’만 해도 되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렇게 이 사람의 보컬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야기하려면, 우리나라의 선배 록커 누구누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외국 락뮤지션이 필요합니다. 이건 케이팝 보컬리스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아이돌’ 말고 – 케이팝 보컬리스트들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개념 구분을 뚜렷이 하지못해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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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이 너무 길었네요. 이제 제목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국 방송 활동 중에, 그가 가진 보컬 대역폭이 좀 많이 드러난 순간이 있나 찾아보았더니, ‘고해’가 딱 보이더군요. 더 찾아보면 다른 클립들도 꽤 있는데, ‘정용화의 보컬 대역폭’으로 주제를 잡으면 이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올해 4월 21일 KBS 해피투게더 출연 당시, 정용화가 노래를 한 소절 부른 겁니다. ‘고해’는 임재범의 곡으로 유명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도 유명하죠. 바로 여성들이,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제일 부르지 말았으면 하는 곡’ 1위가 아니던가요. 이건 가창자가 노래에 필요한 힘과 장력을 견지해내지 못할 때에는, 그저 ‘소음’이나 ‘타령’으로 전락하기 쉬운 함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죠. 아주 어려운 곡인 겁니다. 그 곡을 정용화가 부릅니다.

정용화는 모든 함정을 다 피해가고, 자신의 방식으로 멋지게 소화를 합니다. 원곡에 있던 리듬을, 보다 R&B적 흐름에 가까운 방식으로 잡아당기고 밀어내면서, 한층 세련된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고루해지기 쉬운 전개부분에서 음색을 조절해가면서, 멋진 절정부를 이어냅니다.

이날 협연자가 한명 있는데, 바로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죠. 그는 ‘개그맨 캐릭터’의 아이돌답게, 아주 장난스럽게 노래를 합니다. 그런데 광희의 코믹한 어시스트가 본의아니게(?) 정용화를 도와줍니다.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서 정용화가 노래할 때에는, 좀 조심스러워보입니다. ‘락성’을 막 드러내거나 하진 않아요. 거기엔 조심스러움을 넘어서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여기서도 정용화는 그저 몇소절 하고말 분위기였는데, 광희가 ‘락그룹 흉내내기’식의 애드립을 마구 쏟아붓자, 정용화도 그 코믹한 여흥에 이끌려 자신의 보컬을 순간적으로 더 상향시켜버립니다. 그러면서, 한국 공중파 방송에선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꽤 무겁고 파워풀한 소리까지 내며 애드립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소리들이 정말 좋아요.

이렇게 오락방송의 짤막한 노래 소절 속에서, 보컬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일은 – 이제 안하게되나 싶었는데, 또 하네요. 재미난 일이긴 하지만, 이런 힘들을,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방송에서 제대로,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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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건 너무 짧잖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올해 1월 MBC ‘아이콘’에 씨엔블루가 출연해서 커버한, 제이슨 므라즈의 ‘Geek In The Pink’를 들어보시면 정용화 보컬의 꽤 많은 소리결과 대역폭을 한번에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빠른 템포의 보컬 흐름을 조절하는 솜씨, 그리고 그 빠른 템포의 소절 소절마다 각기 다른 색과 질의 보컬을 섞여내면서 곡의 텍스쳐를 짜나가는 솜씨는 가히 일급입니다. 다른 멤버 뒤에서 코러스를 넣어줄 때에 부드럽게 가미하는 애드립 또한 절묘합니다.

이제 겨우 23살인 한국의 젊은 보컬리스트가 저토록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곡을 듣고, 얼마나 많이 그 곡들을 불러보았겠으며, 얼마나 많은 실험을 스스로 해보았던 걸까요. 여기에 그가 만들어내는 단단한 자작곡들까지 더한다면 말입니다. 이건 반드시 큰 성취를 하고 결실을 얻어야할 아주 특별한 재능입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힘이 뮤지션으로서의 힘으로 굳건하게 위치하려면, 보다 적극적이고 안정된 형태로 드러나야 합니다. 아직은 그도, 그의 팀도 꽤 복잡한 그림 안에 위치해있는듯 보입니다.

총합적으로 저런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정용화 뿐 아니라 씨엔블루라는 그룹 자체가 분명 가능성과 힘을 가진 겁니다. 제가 아직 이들의 활동 이력과 무대를 세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얼핏만 들어도 연주력의 향상은 분명히 느낄 수 있네요. 음악 자체의 힘도 최근 무대가 훨씬 더 좋습니다. 이건 이들이 단순히 연주력이 성장한 것뿐 아니라 ‘해석’과 ‘편곡’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게 진정한 밴드의 힘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정말 이들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그러나 서두 부분에 얘기한 한국 활동과 일본 활동, 프로모션곡과 자작곡들간의 ‘갭’, 그리고 그로 인한 대중적 인식의 차이 등은 결국엔 이들이 풀어가야할 숙제일 것입니다. 제프 도쿄의 라이브는 놀랍지만, 그 힘은 어찌된 셈인지 한국 무대나 음반 속에서는 분명하게 느껴지질 않습니다. 팀의 편제도, 정체성도 정리가 덜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이들이, ‘아이돌 + 밴드’라는 외양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이든, 어떤 컨셉이든, 어떤 시스템 속에 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가와 음악입니다. 많은 가능성들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뮤지션이 가져야할 대단히 중요한 미덕이죠. 이 젊은 뮤지션들이 어떤 여정을 밟아나갈지 저도 무척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론, 일본에서 대단히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락그룹으로서의 면모를 한국에서도 더 많이 드러내주면 참 반가울 듯 싶습니다. 팀과 회사가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가면서, 좋은 성과 이루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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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이 본 사이트의 보안을 이유로 재생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대체합니다. 원문에는 KBS 찜 영상(http://kbs.vmark.tv/api/internet/kbs/docs/gate.php?markid=2092977)이 삽입되어 있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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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까지 소개하는 김에 디테일한 감상을 좀 더 추가하자면:

노래 시작하는 첫 부분에서 정용화가 박자를 다 바꾸고 있죠. 음절들을 붙이고 밀어버리면서 새 리듬을 만드는데, 이 솜씨가 상당히 능숙합니다. 이건 조금만 어수룩하게 하면, 그야말로 ‘겉멋’들렸다는 손가락질이나 받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굉장히 많이 리듬을 바꾸는데도,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조용히 나조차~’라고 전개부로 접어들면서, 바로 그의 목소리 뒷편이 살짝 허스키해지죠. 거친 부분이 뒤에 숨어있는 겁니다. 이런 음색이 숨어있는 락보컬과 그렇지 않은 락보컬은 아예 장르가 달라집니다. 숨어있는 쪽이 더 재미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죠. 박미선과 신봉선이 ‘아~’하고 감탄소리를 낸 다음에, 그는 얼굴을 가리고 노래합니다. 그때 ‘나조차도 모르게’ 파트에서, ‘차’와 ‘모’에 리드미컬하게 힘을 더 얹어내는 솜씨 좀 보세요. 이게 노래죠. 굵직하고 무거운 노래지만, 그 흐름을 이렇게 동적으로 가져갈 때, 비로소 진짜 강한 노래의 힘이 발휘되는 겁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는, 이제 버라이어티 오락 방송의 틀에 맞게 노래를 정리할 준비를 합니다. ‘산다는 건’으로 마지막 애드립을 주고는, 끝을 흐려버립니다. 노래는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는데, 방송은 ‘쿨한 마무리’를 원하고 있고, 그는 후자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이때! 광희가 등장합니다. 광희는 대놓고, ‘락그룹 흉내내기’를 합니다. 그걸 아주 심하게 하죠. 그러니까 이 놀이을 같이 하려면 정용화도 ‘락그룹 흉내내기’를 해야합니다. 공간이 살짝 열린 거죠. 그래서 정용화는 락그룹 흉내내기 놀이를 하는 척 하면서, 진짜 락보컬링을 좀 더 할 수가 있게된 겁니다. 흐. 이거 뭐 이리 상황이 복잡하답니까? 그리하여 광희의 애드립에 맞받아쳐나오는 정용화의 보컬을 들어보세요.

‘어디에 있나요?’에서, 그는 출력을 한단계 높입니다. 아까까지 부르던 것과는 다른 레벨로 들어선 겁니다. 가수들이 말이에요. 모두가 이런 다단계 출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한단 시스템이 오히려 더 많죠. 그런데 ‘시끄러운 음악’인 락을 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두단계 출력 시스템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제2단이 과연 어떤 소리들로 구성되어 있으냐 하는 거죠. 그냥 1단을 볼륨만 올려놓고, 냅다 소리만 질러대면서 2단이라고 우기느냐, 아니면 1단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새로운 느낌과 질감의 –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소리들이 전개되느냐의 차이입니다. 이 정용화의 2단 음성은, 광희가 들어오기 전의 음성과는 갑자기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옆에 앉은 박명수도 ‘오!’하고 감탄을 자동적으로 하는 겁니다. 아직 질감이 확 달라지진 않았지만 대단히 소리가 단단하죠? 그러면서도 ‘요~’하고 올라가는 부분이 단조롭지가 않고, 공명감있는, 찰진 바이브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제 얘기’부분에서는, 아까 잠시 보여줬던 그 거친 소리가 좀 더 위로 올라옵니다.

‘거친 소리’는 보컬리스트가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소리입니다. 그건 제대로 운용못하면 아예 쓰지도 못합니다. 그냥 ‘듣기싫은 소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건 마치 계피가루와 같은 겁니다. 적절한 양 조절을 못하고, 계피가 함께일 때 맛있는 음식을 알지 못하면, 그 가루를 태산처럼 가졌다 한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겁니다. 그런데 이 짧은 소절들만 들어도, 이 사람이 자신의 거친 소리들을 꽤 운용하고 있다는 느낌은 바로 듭니다. 아직 본격적이진 않지만, 정말 좋은 징조죠.

그리고 다시금 움츠러드는 그. 그런데 또 다시 시작되는 광희의 2차 어시스트. 특히 광희의 권유로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데, ‘워우워어어어~’하고 광희가 열정적 애드립을 하자, 이제 마지막 고삐마저도 풀려버립니다. 그때 화면에 안 나오지만, ‘벌하신다면~’을 부르는 정용화의 소리 들어보세요. 이젠 음색까지 바뀐 상태로 2단, 아니 3단의 메탈릭 보이스가 순간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곤 여유롭게 파워풀한 엔딩까지. 이런 걸 듣게되면 말이에요. 이건 뭐 절로 환호성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이런 단계까지 근사하게 상향하는 보컬을 듣기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케이팝’세대의 것으로 말입니다. 짧은 소리지만, 그걸로 충분하죠. 그것이 어떤 음악적 결과로 이어지든, 일단 ‘아주 귀한 소리’가 거기 존재하는 겁니다.

이 클립이 그의 ‘음색’을 살짝 보여준다면, ‘아이콘’에서 부른 ‘Geek In The Pink’는 그가 가진 소리의 ‘동선’을 보여줍니다(특히 노래 후반부에 ‘I could be the one to turn you out부터 약 1분간 이어지는 파트의 동선은 정말이지 압권이에요) 그리고 그가 해내는 총합적인 ‘음악’의 느낌을 보여주는 건 ‘Just Please’의 제프 라이브 버전이 되겠네요.

*글을 쓰고 날짜가 좀 지났습니다. 올림픽홀에서 9월 17, 18일 열린 이들의 공연을 보려가려 했는데, 피치못할 개인사정으로 가지못하고 말았습니다. 그후 이들이 25일엔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전석 매진의 열기 속에 공연을 해낸 사실이 대서특필되었네요. 다음달에는 일본에서 메이저 음반사인 워너 뮤직 재팬을 통한 첫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좋은 성과 거두길 바랍니다.

출처: 피파니아닷컴 (http://www.piffania.com/zboard/zboard.php?id=blue&no=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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